서론
“행복을 찾는 일이 우리 삶을 지배한다면, 여행은 그 어떤 활동보다 행복을 풍부하게 해 준다.”
이 말은 작가 ‘알랭 드 보통’이 한 말로, 요즘 사람들이 국내·국외 여행에 열광하는 현상은 이 말이 옳다는 것을 증명해준다.
사람들은 여행을 통해 경험과 추억을 얻을 뿐만 아니라 반복되는 지친 일상생활 속에서 벗어나 자신을 돌아보고 재충전할 기회를 얻게 된다.
대학생들과 직장인들이 휴가 동안 가장 하고 싶은 것 1위가 여행일 정도로 우리 인생에서 여행이 차지하는 비율이 크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특히 최근 지인들과 시간을 보내기보다 혼자 시간을 보내는 것을 택하는 문화인 ‘나홀로 문화’가 발달하고 있다.
이에 따라 젊은 세대인 2030 세대들은 힐링을 위해 혼자 떠나는 여행을 선호하는 추세다.
유진그룹이 계열사 임직원을 대상으로 여름 휴가에 관한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20대는 해외여행을 선호하고 휴가비 지출이 높은 욜로(YOLO) 형, 30대는 리조트나 캠핑장과 같은 휴양지에서 휴식을 취하는 힐링형을 선택했다. 반면, 40~50대 직원들은 비교적 적은 비용으로 가성비를 추구하는 실속형 휴가를 계획하고 있었다.
휴식에 초점을 둔 나 홀로 여행이 유행하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우리는 2030 세대의 특징을 이해함으로써 이 궁금증을 해결할 수 있고, 또한 이 특징들을 반영하여 이들을 위한 ‘나 홀로 여행’을 계획해볼 수 있다.
2030 세대의 특징
2030 세대란 20대와 30대를 아우르는 세대를 의미하는 말로, 50대와 60대를 의미하는 5060 세대와 대비되어 경제적 혜택을 누리며 자란 세대를 말한다.
2030 세대는 관습이나 고정관념에 얽매이지 않는 자유롭고 유연한 사고와 행동 양식을 바탕으로 합리적이고 진보적으로 행동하며 삶의 질과 자아실현에 관한 관심이 높다.
2030 세대들은 기성세대와는 다른 몇 가지 특징들이 있다.
이러한 2030 세대의 특징은 따라 최근의 젊은 세대들의 여행 트렌드를 잘 보여준다.
첫째 2030 세대는 ‘You Only Live Once(인생은 단 한 번뿐)’의 줄임말인 ‘욜로’를 자주 사용한다.
이는 현재의 행복을 중요하게 여겨 현재를 즐기는 삶의 방식을 말한다. 요즘의 젊은 세대들은 학창시절부터 치열한 경쟁을 거쳐 사회에 진출하여도 끊임없이 현실의 벽에 부딪힌다. 이러한 불확실한 미래를 위해 현재를 희생하기보다 현재를 즐기려는 사람들은 지금 당장의 만족을 위해 소비를 주저하지 않는 경향이 있다.
이러한 일상에서 느낄 수 있는 작지만 확실하게 실현 가능한 행복을 추구하는 경향을 ‘소확행’이라고 부르며, 이들은 이에 따라 자신만의 특별한 여행을 선호하며 여행에 더욱 많은 시간과 비용을 투자한다.
둘째, 지금의 2030 세대는 개인주의에 매우 익숙한 세대로, 공동체보다 개인을 더 중시하는 삶을 지향한다. 젊은 세대들은 사회가 정한 기준이 아닌 ‘나’의 기준에 따라 진정한 삶의 의미를 찾는다. 이때 가장 중요한 것은 본인의 만족이다. 앞서 서론에서 언급했던 ‘나 홀로 문화’도 개인주의에서 비롯되었고, ‘나 홀로족’의 증가는 당연한 시대의 흐름이라고 보인다.
나홀로족은 자발적으로 혼자만의 삶을 추구하며, 여가활동도 동반인 없이 혼자 단독으로 시간을 보내는 활동을 선호한다. ‘2016년 한국문화관광연구원의 국민 여행 실태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여행객의 3명 중 1명은 혼행족으로 나타났다.
하나투어의 조사에 따르면 지난 5년간 1인 여행객의 비중은 연평균 42% 증가했다.
이러한 수치는 2030 세대의 나홀로 문화의 발달로 인한 현상으로 보인다.
셋째, 2030 세대는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를 통해 자유롭게 자신의 경험이나 감정, 주장을 표현한다. ‘대학 내일 연구소에서 20대 남녀 410명을 조사한 결과 일일 평균 SNS 인증글 업데이트 횟수는 1.46회로 나타났다.
인증 글이란 여행·음식·쇼핑·영화 관람 등 일상생활의 경험을 사진과 텍스트 등의 수단으로 SNS에 기록하는 걸 말한다.
이렇듯 SNS는 젊은 세대의 일상생활로 자리 잡았고, 자연스럽게 이들은 여행을 즉각적으로 공유하고 소통하는 것을 의미 있게 여기게 되었다.
또한, 다른 사람의 SNS를 통해 여행지에 대한 충분한 정보를 얻고, SNS에 게시된 다수의 여행 후기를 기반으로 하여 여행의 실패 가능성을 줄인다.
최근 젊은 세대들의 여행 트렌드
여행은 하나의 사회현상이기에 대상자의 가치관 변화에 민감하다.
그러므로 위와 같은 2030 세대의 특징이 반영된 여행 트렌드를 분석하여 그들을 위한 여행 계획을 세워볼 수 있다.
우선, 2030 세대는 ‘욜로’의 영향으로 여행을 일상생활로부터의 도피처로 여기고 휴식과 힐링의 개념으로 인식한다.
여행을 가기 위해 특별한 계획을 세운다거나 유명한 관광지 위주의 방문이 아닌, 휴양지를 여행지로 한 자유 여행을 선호한다.
그뿐만 아니라, ‘소확행’에 따라 ‘호캉스’의 수요도 높아졌다.
호캉스란 호텔과 바캉스의 합성어로, 휴가를 호텔에서 보내는 새로운 여행 트렌드이다. ‘2030 세대의 49.7%가 호캉스로 휴가를 즐긴 경험이 있었다.’
이는 여행(휴가)을 곧 휴식이라고 여기며, 스트레스를 유발하는 무한경쟁 사회로부터 여행을 통해 현실에서 도피하고자 하는 사람들이 증가하였음을 보여준다.
이전 세대와 비교해본 결과, 2030 세대는 공동체 의식이 약화하여 개인주의적 성향이 강해 ‘혼행족’ 비율이 늘어나고 있다.
1인 가구가 증가했을 뿐만 아니라, 서로의 생활이 바빠 시간 맞추기가 어려워 혼자 여행을 떠나는 경우가 많다.
혼자 여행을 떠나면 주변 의사에 얽매이지 않고 자신의 성향에 맞게 여행지와 숙소 등을 고를 수 있다.
자신만의 자유로운 여행을 즐길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또한, 서이종 서울대 사회학과 교수는 혼행족에 대해 “2030 세대는 직장생활, 인간관계에 따르는 대면 소통에 큰 피로감과 스트레스를 느낀다.
집도 벗어나 사람들과 만나는 상황을 최소화하고 심적 휴식을 취함으로써 해방감을 느끼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여행하는 과정에서 동행자와 갈등이 발생해 서먹해지거나, 관계가 아예 틀어지는 경우가 많기에 여행을 하는 동안만큼은 인간관계로 스트레스를 받지 않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이렇게 혼자 여행하는 젊은 층이 두터워졌지만, SNS를 활용해 가족과 친구와 언제든지 대화할 수 있기에 혼행족들은 외로움도 크게 느끼지 않는다. 게다가 최근에는 여행지에서 느끼는 다양한 감성과 분위기를 사진뿐만 아니라 영상으로 남겨 SNS를 통해 공유하여 소통하려는 경향이 증가하고 있다.
‘SNS가 여행 문화를 주도한다’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여행 인증사진 문화’가 고도화되어 SNS상에 공유되고 있는 여행 콘텐츠 수는 어마하다.
그러므로 2030 세대들은 사진으로 기록하기 좋은 곳을 여행지로 고르거나, 여행 경로 중에 인증사진 명소를 꼭 포함하여 사진과 추억으로 남기려고 한다.
이제 2030 세대의 특징이 반영된 여행 트렌드를 기반으로 하여 ‘나홀로 여행’을 계획해보고자 한다.
혼자 떠날 수 있는 근거리의 힐링 여행지로 제주도를 추천한다. 특히 푸른 오름과 돌담, 바다에 둘러싸인 제주에서는 생동감 있는, 계절마다 다른 느낌의 자연스러운 사진을 많이 남길 수 있을 것이다. 자신의 행복에 집중하고 자신이 원하는 스타일대로 시간을 보낼 수 있는 제주도 여행으로 2가지 테마 여행을 추천한다.
오랜 시간 머무를 수 있다면 요즘 새로운 여행 방법으로 등장한 ‘제주 한 달 살기’를 추천하고, 짧은 여행을 원한다면 제주도만의 매력을 느낄 수 있는 ‘초록 감성 여행’을 추천한다.
‘제주 한 달 살기’는 말 그대로 제주도의 동네 한 군데를 정해서 한 달 동안 생활하는 것이다.
동선을 크게 잡지 않고 마을 하나를 구석구석 돌아보는 것이다. 많은 사람으로 북적이는 유명 관광지나 맛집을 찾기보다는 한적한 분위기로 여행을 즐기고 싶다면 이보다 좋은 여행은 없을 것이다.
제주도는 동네마다 각자 고유의 분위기가 있기에 어떤 마을을 고르든 상관없다. 그러나, 여러 마을 중 나는 구좌읍의 동쪽 끝에 있는 하도리를 가장 추천한다. 하도리는 바닷물과 민물이 섞여 있고, 갈대숲으로 둘러싸여 있어 철새 도래지로 유명하다.
하도 해수욕장은 사람이 적어 파도 소리와 바닷바람에 스치는 갈대 소리를 들으며 자유를 만끽할 수 있다.
하도 해수욕장에서 해변을 따라 동쪽으로 걷다 보면 종달리 불턱 길이 나온다. 여름이면 불턱 길에 수국 꽃이 많이 펴서 종달리 수국 길이라고도 불린다. 불턱 길을 따라 걷다 보면 우도로 들어갈 수 있는 종달항이 나온다.
우도는 작은 제주도라고 불리는 화산섬으로 산호초백사장 산호해수욕장, 우도봉 등 아름다운 힐링 명소들이 많다.
특히 우도의 해안 도로를 따라 거닐다 보면 평소에는 바쁘고 정신없어 보고 느낄 수 없었던 자연을 즐길 수 있다.
추가로 우도에는 책뿐만 아니라 여러 소품도 판매하고 있는 ‘밤수지맨드라미’라는 독립서점이 있다. 대형 서점과는 다른 분위기와 감성을 갖고 있고 나름 책의 종류도 다양하다. 우도에 단 하나밖에 없는 조용한 서점에서 책을 읽는다면 색다르고 인상 깊은 경험이 될 것이다.
이처럼 하도리는 우도와도 가깝기에 한 달 살기로 특히 더 추천한다.
마을 구석구석을 돌아다니며 여행한다면 숨겨진 보물 같은 공간과 아름다운 풍경을 만날 수 있다.
거문 오름의 숲은 자연 그대로의 보전이 가장 잘된 곳으로 침엽수가 무성해 피톤치드를 마음껏 마실 수 있다.
성산 일출봉은 제주의 오름 중 가장 유명한 오름으로, 해발 182m로 제주도 동쪽에 돌출한 성산 반도의 끝머리에 있어 일출을 감상하기 매우 좋다.
비자림은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숲으로 500~800년 된 비자나무가 약 2800그루 있어서 그야말로 힐링하기 좋은 곳이다.
나의 마음속 깊은 곳에 자리 잡은 숲 하나가 있다.
그곳은 내 작품의 출발점이라고도 할 수 있는 어머니 같은 포근함이 담겨 있는 숲, 비자림이다. 요즘은 숨겨져 있던 수많은 제주의 숲들이 세상에 알려지면서 비자림의 인기가 예전 같지는 않지만, 나에게는 여전히 애틋한 그리움의 장소이자 사진 한 장만으로도 행복감이 밀려드는 곳이다.
커다란 고목들이 우거진 그 숲 사이를 걷고 있노라면 금세 마음이 편안해진다. 일상 속 긴장감은 사르르 눈 녹듯이 사라지고 만다.
또한, 비자림 주변에는 기생화산인 월랑봉, 아부오름, 용눈이오름 등의 아름다운 자연경관도 많아 산책 코스로도 좋다.
사려니숲길은 비자림로에서 사려니오름까지 이어지는 숲길로 편백나무, 삼나무 등 다양한 수종이 자라 울창한 자연림을 이루고 있어 대표적인 제주도 트래킹 코스로 알려져 있다.
이러한 접근성이 떨어지는 자연 광경을 따라 여행하기 위해서는 대중교통을 이용하거나 자동차를 이용하는 것을 권유한다.
자동차로 여행한다면 한 곳에 특별히 집중하지 않고, 드라이브 코스로 동부 해안을 목적지 없이 달려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제주는 계절마다 다양한 종류의 꽃이 풍성하게 많이 피기 때문에 차를 몰고 여행하다 보면 언제든지 바다와 어울리는 아름다운 풍경이 나온다.
그럴 때마다 잠시 차에서 내려 사진도 찍고, 걸어보면 좋을 것이다.
결론
2030 세대는 스트레스로 가득한 일상생활로부터 도피하여 무한 휴식을 취하기 위해 스스로 계획한 여행을 혼자 떠나는 것을 추구한다.
이러한 특징들이 반영되어 이전과는 달라진 현재의 여행 트렌드에 따라 ‘나 홀로 제주 여행 계획안’을 작성해 보았다.
위의 두 가지 테마의 ‘나홀로 제주 여행’을 떠난다면 여러 가지 기대 효과가 있을 수 있다.
첫째. 여행 도중 언제든지 자신의 취향대로 일정을 수정할 수 있어 진정한 자신만의 시간을 편하게 가질 수 있다.
둘째, 이 과정에서 시행착오가 발생할 수 있는데, 자신의 선택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하고 처음부터 끝까지 본인의 힘으로 해결해야 하기에 큰 성장의 기회가 될 것이다.
셋째, 위와 같이 자연에 둘러싸여 생활하다 보면 말 그대로 힐링을 하여 육체적·정신적 스트레스가 해소될 것이다. 넷째, 온전한 자신만의 시간을 통해 조용히 사색할 기회가 많아져 자기 자신을 돌아보며 깊이 성찰할 수 있다.
이러한 긍정적인 효과들은 2030 세대들이 원래 자리로 돌아가 다시금 살아갈 에너지를 얻게 해 준다.
또한, 이는 ‘낯선 곳에서의 새로운 경험’인 여행을 본인의 휴식과 행복을 위한 것으로 설정하여 혼자 떠나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다.
그러므로 나는 젊은 세대들이 여가활동으로 여행을 떠날 때, 그들이 파악한 그들만의 특징들을 여행에 적용하여 제대로 된 힐링을 하고 돌아오면 좋겠다. 2030 세대 사이에서 여행은 일반적이고 흔한 일이 되었다고는 하지만, 본인만의 힐링 여행을 다녀와 더욱 앞으로 나아가길 희망한다.